“노래를 부를 때 모든 슬픈 일을 잊어요.”
몽골 ‘블루스카이 합창단’ 단원인 바트바야르 우란자야(17) 양의 말은 씩씩하지만 어딘지 슬프게 들렸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회장 박종삼)이 주최하고 본보가 후원하는 ‘월드비전 2007 세계어린이합창제’에 초청된 몽골 블루스카이 합창단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사연을 안고 있다.
거리에서 생활하던 8∼20세의 고아, 장애아, 방임아동 등으로 구성된 단원 30명 중 24명이 보육원 출신이며 영하 30도가 넘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몽골 시내의 맨홀에서 생활하는 등 저마다 아픈 사연을 하나씩 품고 있다. 이들에게 재능을 발휘할 기회와 희망을 주기 위해 ‘월드비전’에서 합창단을 조직한 것이 2001년. 1960년에 6·25전쟁 고아들로 구성된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이 조직되어 해외로부터 도움을 받은 지 40여 년 만에 도움을 똑같이 되갚는 뜻 깊은 순간이었다.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지휘자인 바투두르치 강호이크(46) 씨는 “저마다 다른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은 아이들이라 성격과 개성도 남달라 가르치기가 무척 어려웠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끈은 ‘노래’. 한국 가수 장나라의 ‘스위트 드림’을 좋아한다는 우란자야 양은 “노래 부를 때만큼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8시 서울 강동구 명일동 월드글로리아센터에서 첫 공연을 가진 이들은 관객들이 보여 준 반응에 무척 고무된 표정이었다. 울란바토르 보육원에서 산다는 준더잠바 초그돈추멘(9) 양은 “노래를 부를 때 한국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울어줬다”며 감격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에 초청된 미국 호주 등 6개국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20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다. ‘고향의 봄’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의 한국 노래를 비롯해 몽골 전통 노래도 선보일 예정이다. ‘월드비전’은 이번 공연의 수익금 전액을 몽골의 불우한 어린이들을 돕는 후원금으로 사용한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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