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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선일보 [“맑고 고운 제 소리에 닭살 돋을지도...”]
등록일 2010-05-04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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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9월 11일] “맑고 고운 제 소리에 닭살 돋을지도…” 여성의 음역을 지닌 카운터테너 이동규씨 첫 독창회 고3때 본 ‘파리넬리’ 영화 운명처럼 다가와 꽂혔죠 소년은 고3 때 먼저 본 친구의 극성스러운 권유에 영화 ‘파리넬리’를 보았다. “야한 장면 나오겠지”라는 생각말고는 별 기대가 없었다. 18세기의 전설적 카스트라토(어린 시절 거세하여 여성 음역을 내는 남성 가수)인 주인공 파리넬리가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부르는 장면에서 소년은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고음으로 자신도 노래해 보고 싶었다. 그 영화 한 편, 그 노래 한 곡이 소년의 삶을 바꿨다. 10년 만에 ‘카운터테너’의 꿈을 이룬 이동규(28)씨가 20일 LG아트센터에서 첫 독창회를 갖는다. 카운터테너란 여성의 음역(音域)에 이르는 목소리를 지닌 남자 가수. 훈련을 통해 여성 음역을 소화한다는 점에서 거세 가수인 카스트라토와 다르고, 오페라나 가곡 등 클래식 레퍼토리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팝페라 가수와도 다르다. 유럽에선 고(古)음악과 바로크 시대 오페라를 중심으로 카운터테너의 역할이 늘고 있지만 한국에선 전문 카운터테너가 그리 많지 않다. 이씨는 “카운터테너라고 하면 당장 ‘예쁘게 소리 한 번 내 봐라’는 사람이 많다”고 웃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월드비전 선명회 어린이합창단 활동을 했던 이씨는 13세 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뒤에도 지역 소년합창단에서 계속 노래를 불렀다. 합창단시절에도 소년 이동규는 가장 낮은 남성 음역인 베이스는 물론, 여성 음역에 속하는 알토도 소화했다. 이씨는 “어릴 때도 합창단 선생님께선 ‘네 음역은 카운터테너에 잘 어울린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파리넬리’를 보고 직업적인 성악가, 그중에서도 카운터테너가 되기로 결심한 이씨는 이듬해 밴쿠버 아카데미에 진학했고, 지난해 이탈리아 무지카 사크라(종교음악) 국제성악콩쿠르와 올해 1월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비냐스 성악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했다. 집안이 넉넉지 않아 15세 때부터 캐나다에서 식당 웨이터와 접시닦이, 비디오 대여점 직원으로 근무하며 생활비를 벌어온 이씨는 “조금은 고생했기 때문에 노래에 더 풍부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은 이씨의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해다. 2월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당대(當代)연주(그 음악이 작곡된 시기의 악기·연주 기법으로 연주하는 것)’의 명장 르네 야콥스의 지휘로 열리는 오페라 ‘오르페오’(몬테베르디 작곡)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카운터테너가 이 극장에 서는 것도 처음이지만 이씨는 “카운터테너로 활동하다가 지휘자로 변신한 야콥스를 어릴 적부터 존경해왔기에 개인적으로는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카운터테너의 매력은 일반적인 예상을 무너뜨리는 ‘반전(反轉)’이다. 이씨는 “신체적인 모습부터 모든 것이 남성적인데 막상 무대에서는 고음을 통해 듣는 이들을 닭살 돋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즐겁다”며 “무작정 싫어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뜻밖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20일 리사이틀에선 자신의 장기인 헨델의 아리아부터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 ‘마왕’, 윤이상 가곡 ‘편지’ ‘고풍 의상’ 등 다양한 노래를 들려준다. 이씨는 “카운터테너가 얼마나 다양한 곡들을 소화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